2025년 유럽 자동차 시장은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과거 수십 년간 디젤차의 천국이라 불리던 유럽은 이제 그 이미지를 벗고 전기차 중심의 친환경 모빌리티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디젤게이트 이후 촉발된 규제와 인식 변화, 유럽연합의 탄소중립 선언, 그리고 기술의 발전은 유럽 시장을 급속히 재편하고 있습니다. 특히 디젤차 퇴출, 전기차의 급성장, 세단 중심 시장 구조의 변동은 이 시장을 이해하는 데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 이 세 가지 측면을 중심으로 유럽 자동차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알아봅시다.
디젤퇴출: 규제와 인식 변화의 중심
유럽은 오랜 시간 동안 디젤 차량의 중심지였습니다. 높은 연비와 낮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덕분에 ‘친환경차’로 인식되며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2015년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유럽 사회 전반에 걸쳐 디젤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건은 제조사의 배출가스 조작 문제뿐만 아니라, 디젤차 자체의 환경오염 기여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에 따라 유럽 각국은 강도 높은 규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독일의 주요 도시들은 디젤차의 도심 진입을 제한하거나 아예 금지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2030년까지 디젤 및 휘발유 차량의 판매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국 역시 203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금지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규제 강화는 시장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유럽 전역에서 디젤차 신규 등록 비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2016년 50%를 넘던 비율은 2024년 기준 14%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제조사 역시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 르노, 푸조 등 전통적인 디젤 강자들도 신차 라인업에서 디젤 모델을 축소하거나 단종시키고, 그 자리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인식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디젤 차량은 더 이상 경제적이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은 선택으로 인식되며, 중고차 시장에서도 디젤차는 급격한 가치 하락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디젤차의 시대는 유럽에서 사실상 막을 내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기차: 친환경 모빌리티의 중심으로
전기차의 급부상은 유럽 자동차 시장의 가장 강력한 트렌드입니다. 유럽연합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는 전기차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유럽 각국은 전기차 보급을 위해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최대 9,000유로의 전기차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으며,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등도 세제 혜택, 주차료 할인, 통행료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합니다. 또한 공공 충전 인프라 확대에 적극 투자하며 충전 걱정을 줄이고 있습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눈부신 발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배터리 효율 향상과 고속충전 기술의 진보로 인해 1회 충전으로 500~700km 이상 주행 가능한 차량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으며, 15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한 초고속 충전 시스템도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리튬인산철 배터리와 고체전지 등의 차세대 배터리 기술도 빠르게 상용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브랜드 간 경쟁도 치열합니다. 테슬라가 유럽 시장에서 여전히 상위권을 지키고 있지만,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전통 유럽 브랜드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여기에 BYD, 샤오펑, 니오 등 중국 브랜드가 유럽 시장에 본격 진출하며 경쟁 구도는 글로벌화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2024년 유럽 전기차 판매 비중은 전체 승용차의 25%를 넘었으며, 향후 5년 내에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닌, 정책·환경·소비문화 전반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세단의 위치 변화: SUV에 밀리는 전통의 중심
세단은 유럽에서 오랫동안 주류 차종으로 자리 잡아왔습니다.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 등은 유럽 중산층과 기업들의 대표 선택지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수년 사이 SUV의 급부상으로 인해 세단의 입지는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SUV는 넓은 적재공간과 높은 운전 시야, 다양한 주행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앞세워 가족 단위 수요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폭넓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유럽에서 판매된 차량 중 SUV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45%에 달하며, 세단은 30% 아래로 떨어진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제조사들은 세단 모델 라인업을 대폭 축소하고 있으며, 기존 세단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크로스오버 또는 쿠페형 SUV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푸조는 대표 세단 모델인 508의 생산 중단을 검토 중이며, 르노 역시 탈리스만을 단종시키고 SUV 라인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BMW와 아우디도 SUV 판매 비중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향후 개발 투자도 세단보다는 SUV에 더 많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단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전히 정숙한 주행감, 낮은 무게중심에서 오는 핸들링의 안정성,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구성 등 세단 고유의 장점은 존재하며, 특정 수요층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명맥을 유지할 것입니다.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는 테슬라 모델 S, 벤츠 EQE, BMW i5 등 EV 세단이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해 활발히 출시되고 있습니다. 세단은 단순한 대중차가 아닌, '고급 친환경'의 상징으로 변모하며 새로운 생존 방식을 모색하고 있는 것입니다.
유럽 자동차 시장은 현재 거대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디젤차의 역사적 퇴장, 전기차의 급성장, 그리고 세단의 위상 재조정은 단기적인 유행이 아닌 구조적인 흐름입니다. 자동차 관련 산업에 종사하거나 구매를 고려 중인 소비자라면, 이러한 변화를 단순한 뉴스가 아닌 전략적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친환경 모빌리티로의 전환은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도 강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 글을 통해 유럽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변화의 방향을 스스로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